Book·9분 읽기

<사피엔스의 미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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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요즘 누구나 관심있는 주제는 인공지능일 것입니다. 저 또한 인공지능을 비롯해서 이와 연관된 키워드인 ‘지성’, ‘지능’, ‘정신’, ‘두뇌’에 더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으로 심리 관련된 책을 찾다 알랭 드 보통 작가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도서관에서 작가 이름을 검색해보니 이 책 <사피엔스의 미래> 책이 검색 결과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 뿐만 아니라 이름을 익히 들었던 세계적인 오피니언 리더인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도 함께 이름이 올라와있는 책이라 빌릴 예정에 없던 책이었지만 덥썩 집어들었습니다.

책의 서두를 읽어보니 이 책의 초점은 ‘인공지능’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1초 정도의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근본적인 관점인 ‘인류는 진보하는가’에 대한 세계 석학들의 담화라는 점에 다시 흥미를 느끼고 읽어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사례를 보면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 제목인 <사피엔스의 미래>는 마케팅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원본 제목은 <Do Humankind’s Best Days Lie Ahead?> 입니다. 아마 원본 제목을 직역한 제목의 책이었다면 저는 너무 허황된 이야기만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보면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우연성이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책에 관하여

이 책에 대한 글을 더 읽기 전에 본인이 직접 ‘인류는 진보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답변이 찬성인지 반대인지 한번 정해보고 아래 글들을 읽는 데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2015년 11월 캐나다에서 진행된 ‘멍크 디베이트’에서 ‘인류는 진보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찬성 2명, 반대 2명로 편을 나눠 진행한 담화를 책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찬성 측은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 반대 측은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이 맡았습니다. 이 대담을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에 각각 청중을 대상으로 찬성/반대 투표를 했다고 합니다. 결과만 먼저 알려드리자면, 토론 시작 전에 찬성 표가 71%, 반대가 29%였는데, 토론이 끝난 후에는 찬성 73%, 반대 27%로 찬성 팀이 승리했습니다. 저 또한 만약 청중이었다면 시작할 때에도, 끝났을 때에도 ‘찬성’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투표는 이분법이다보니 그 중간에 있는 깨달음이나 교훈을 나타내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주제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으시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도 유익한 2-3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담화를 책으로, 텍스트로 옮긴 것이다 보니 텍스트로 옮기는 과정과 번역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의미가 희석된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상(https://youtu.be/eUmBWB54riE?si=vSdb-bYRHAjWiWWM)으로도 보면 좋을 것 같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시간이 될 때마다 볼까 합니다.

책 내용 중에서 찬성, 반대의 명확한 입장 차이를 볼 수 있었던 대목이 있어서 그 부분을 이곳에 차용해볼까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스티븐 핑커(찬성-진보주의)과 말콤 글래드웰(반대-반진보주의)의 대화입니다.

  • (스티븐 핑커) “기후변화의 문제는 명백히 경제학의 문제입니다. 최악의 기상 시나리오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예상은 전부 경제학자의 추산에 의존합니다. 가령,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양의 화석 연료를 태울 것인가를 계산하는 문제 같은 것이죠.”
  • (말콤 글래드웰) “그 문제는 경제학자들이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후변화가 경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야기는 마치 어떤 예술가가 사과 정물화를 그리면 사과는 예술가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과는 과일이에요. 예술가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겁니다.”
  • (스티븐 핑커) “기후변화를 분석하는 것과 그 문제의 가능한 해법을 찾는 것, 둘 다 경제 문제입니다. 우리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문제는 충분한 태양광 패널이 있느냐는 거에요.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면 기후변화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도 압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과연 그렇게 할거냐는 겁니다. 어떤 인센티브를 써야 그렇게 할까요? 이 모든 것이 다 경제학이 다룰 문제입니다.”
  • (말콤 글래드웰) “지금 하신 말씀에서, 핑커 씨가 세계를 바라보기로 선택한 방식에는 아주 편협하면서 거의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경제학자가 효과적으로 기술한다고 해서 경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변화 경제학적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문제인 것입니다. 이 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사회 여러 분야가 수많은 층위에 걸쳐 서로 조율을 잘 해야 합니다. 그저 문제를 단순화해서 경제적 분석의 사안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답변이 충격적이어서 이곳에 기록하고 싶은 대목도 있습니다. 세상이 복잡해져서 2008년 미국 금융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퍼졌던 것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것에 대한 스티븐 핑커의 답변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스티븐 핑커는 “그 당시 세계 GDP 성장률이 1년간 정체했을 뿐, 이듬해부터는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여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이 답변을 보면서 반진보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에게 느끼는 우려가 무엇인지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금융 위기가 심각한 시스템 결함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는 것을 찬반을 떠나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정과 함께, 시스템이 그 당시에는 부족했지만 이런 사건을 겪은 뒤에는 더 나은 방어책과 진보를 만들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것이라면 진보 찬성 측의 훌륭한 답변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티븐 핑커는, 명백히 존재했던 문제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른 어떤 수치는 괜찮지 않았느냐는 식의 답변이었기 때문에 이 대목을 읽는 동안은 저도 진보 반대측들이 어떤 지점에서 답답함을 느끼는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가며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에게 청중으로서 찬성, 반대를 물어본다면 저는 여전히 인류는 진보할 것(찬성)이라고 답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책에서 메모해두고 싶은 부분들을 모아둔 것을 보니 반대 측인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의 문구들이 더 많습니다. 아마도 저는 인류가 진보하길 바라는 것이지 정말 결과적으로 진보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질만한 그 무엇도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입장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진보하기 위해서는 진보하기 힘들거라고 보는 진보 반대 입장의 의견을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염두해두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은 부분을 메모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알랭 드 보통이 지속적으로 주는 메세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경각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밤의 토론은 과학을 둘러싼 논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분이 삶 속에서 따르고 싶어 할지도 모르는 지혜와 지혜의 철학에 관한 논쟁입니다. 상대편의 과학과 비즈니스를 근거로 한 주장은 우리가 의지해서 사아갈 만한 철학이 못 됩니다. 유머와 인간성, 상냥함 그리고 용서의 덕목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결함 있는 호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을 좀 편하게 대하고 최대한 겸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겸손입니다.”

이러한 담화가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것 자체가 사실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하는 ‘결함 있는 호두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이 발명해온 문명’의 일부이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계속해서 진보 찬성 의견을 고수하고 싶은 이유는, 저라는 개인이 동기부여되고 움직이는 방식이 긍정적 확언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믿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관점에서 제가 세상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선택과 행동을 하자는 스스로에 대한 메세지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계기로 인공지능으로 인한 FOMO가 가득한 요즘 상황에서, 나는 어떠한 인류의 미래를 희망하는지 각자 생각해본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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