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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충무로 인쇄소들은 돈을 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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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요즘 종로, 충무로 쪽에 올 일이 많아져서 강남 위주였던 저의 동선이 강북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부근을 지나다니며 강남과는 다른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명, 인쇄 가게들이 정말 많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지인의 갤러리 전시회에 갔을 때, 사라져가는 을지로의 조명 가게 풍경들을 캔버스에 담는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 작가는 조명 가게들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지만 최근에 제가 많은 조명 가게를 지나치면서는 이 조명 가게들은 어떻게 여기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물이 반밖에 안남았네'와 '물이 반이나 남았네' 생각의 차이인걸까요^^) 그리고 이 생각은 충무로 골목, 골목에 들어서있는 '인쇄소'들로 옮겨 갔습니다.

사실은 이 소재로 글까지 쓰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제가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자서전 제작 서비스와 인쇄업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서전 서비스를 통해 집필된 원고는 인쇄 업체를 통해 책으로 인쇄, 제작되어 고객에게 배송됩니다. 처음에 인쇄 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저는 충무로의 존재는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파주 출판단지에 대규모 인쇄 업체들이 모여있다는 정도의 상식만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충무로를 걸어가던 어느 날, 제가 이용하는 인쇄 업체 사무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충무로에 있는 인쇄 업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인지 편향이라는 게 있듯이, 보이기 시작하니 궁금해졌고 제대로 알고 싶어졌습니다.

왜 충무로에는 인쇄소가 많을까?

Money Machine을 분석하기에 앞서서, 가장 처음 가졌던 질문인 '왜 충무로에 인쇄소들이 많을까'에 대한 답부터 찾아보았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충무로-을지로 부근에 인쇄소가 많은 것은 무려 600년 전부터 형성된 인프라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조선 시대에 금속 활자를 만들고 인쇄를 담당하던 '주자소'(1403년 설립)가 바로 현재의 충무로 위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50년도 아니고 600년 전을 상상해보자면, 그 당시 인쇄라는 것은 최첨단 기술에 초호화, 최고급, 귀족 등 온갖 고급 단어들을 다 붙여서 표현해야하는 개념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IT, 소프트웨어, 디지털 개념이 없을 때이니 목판이나 금속판을 각인해서 찍어내는 게 인쇄의 주된 개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인쇄'라는 거대한 밸류체인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쇄 기술만 있어서는 안되고 금속 가공 기술과 이런 거대 산업에 돈을 대는 거대한 수요처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세운 상가가 금속 관련 제조업을 담당하고 전통적 상업의 중심지가 배후 수요를 담당하는 구조가 됩니다. 그리고 현대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종로-충무로-을지로로 연결되는 강북 지역은 전통적으로 신문사, 금융사, 대기업 본사, 관공서들이 뿌리를 내린 곳입니다. 신문사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이 매일 매일 엄청난 인쇄 수요를 창출하는 곳이고, 금융사나 관공서, 기업들은 매년 달력, 다이어리를 제작하는 수요가 많은 곳입니다.

여기까지 조사를 하고 나니, 수많은 인쇄소 중간 중간에 보이는 다이어리와 달력 가게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모를 때에는 철 지난 다이어리와 달력을 왜 이런 금싸라기 땅에서 팔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 가게들이 한 때는 꾸준하게 굵직한 인쇄 수요를 흡수하면서, 우리 부모님이 회사나 은행에서 매년 받아오시는 수첩과 달력을 정의하는 곳이었던 것입니다. 역시 '이유 없는 현상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인쇄업을 들여다보며

인쇄업의 밸류체인

(종이) 인쇄물은 결국 나무와 나무에서 만든 종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인쇄업 밸류체인의 가장 앞단에는 (1)제지 회사들이 있습니다. 한국은 펄프를 수입하기 때문에 종이 원가는 환율과 유가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제지 회사에서 종이를 사서 (2)인쇄 회사들이 보유한 인쇄 기계와 잉크, 합판을 이용해 종이 위에 인쇄합니다. 여기서도 서로 다른 모습의 인쇄소들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인쇄는 대량 인쇄를 뜻했고 대량 인쇄는 오프셋 인쇄라는 합판 인쇄를 의미합니다. 합판에 인쇄 디자인을 각인해서 잉크를 묻혀 찍어내는 방식입니다. 오프셋 인쇄는 합판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판 제조 비용이 수 백에서 수 천만원이 들고 이 비용을 감당할 만큼의 대량 인쇄만 수지타산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그 다음 세대에 등장한 디지털 인쇄는 합판 없이 디지털 파일을 그대로 인쇄할 수 있어서 소량 인쇄가 가능해진 형태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인쇄도 합판이 없다는 것뿐이지 다양한 종이 크기, 종이 재질, 인쇄방식 등에 대응하는 기계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렇듯 인쇄 회사는 거대한 장비를 필요로 하는 장치 사업입니다. 그래서 장치가 돌아가지 않고 노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수익성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밸류 체인의 그 다음 단계는 (3)후가공 업체 입니다. 표지 인쇄나 제본, 코팅 등의 특수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입니다. 책을 제작하다보면 표지 형식이나 코팅 여부에 따라 단가 차이가 꽤 나는데, 생각보다 이 단계에서 마진을 꽤 남긴다고 합니다. 마지막 단계는 (4)물류 회사들이 작게는 오토바이부터 크게는 탑차까지 인쇄물을 싣고 수요처로 배송해줍니다. 밸류체인을 보면 결국 인쇄업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인쇄 장비들이 있어야 하고, 합판이나 후가공처럼 인쇄 그 자체 외에도 경장비를 필요로 합니다. 하나의 회사에서 이 모든 기계를 다 갖추는 투자를 하기에는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충무로처럼 특정 지역에 각자의 영역에 특화된 업체들이 모이면서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인쇄업의 분류

위에서 살펴본 인쇄업의 밸류체인 안에서도 각 회사들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쇄업 회사들을 특징 별로 4가지 정도로 분류해보았습니다.

1. 패키징 제조사

  • 포장재나 골판지 박스를 인쇄, 제조하는 회사들입니다. 이 영역은 처음에 저는 인쇄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조사를 하다보니 인쇄업에 포함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통 사업 영역 중 하나로 포함했습니다.
  • 대표 기업으로 율촌화학(2024년 매출 4,359억 원, 2025년 흑자 전환, 코스피 상장사), 태림포장(2024년 매출 6,801억 원, 코스피 상장사)
  • 대표 기업들이 모두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곳들입니다. 규모로 승부하는 곳이라 수입 원자재들의 거시 경제 상황 영향을 많이 받고, 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포장재, 박스 수요도 함께 커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율촌화학의 경우 포장재 매출이 최대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OLED, 배터리, 파우치 등 전자소재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영역에 머물지 않고, 가지고 있는 제조 역량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로 확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2. 종합 인쇄 도매사

  • 종합 인쇄 도매사는 바로 위에서 살펴본 인쇄업 밸류체인에서 (2)인쇄 회사에 해당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표현 그대로 도매사이기 때문에, 인쇄 수요자와 직접 소통하기 보다는 인쇄 대행사(3번 분류)의 주문을 모아서 하나의 합판에 여러 주문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규모의 경제를 얻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 인쇄 도매사들은 가지고 있는 장비를 유휴기간 없이 최대한 돌려야 합니다. 그래서 충무로의 새벽을 밝히는 인쇄소들이 대부분 이러한 인쇄 도매사였다는 것이 이제 이해가 됩니다.
  • 이 분류는 도매사의 특성상, 본업인 인쇄업으로 큰 수익을 남기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자리잡은 을지로, 영등포 등의 공장부지가 재개발되는 호재나 부동산 임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대표 기업으로는 삼화인쇄(1954년 설립, 2023년 매출 229억 원)가 있습니다.

3. 인쇄 대행사 (종합 인쇄사)

  • 인쇄 대행사는 소비자(인쇄 수요자)와 가까이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인쇄업을 잘 변모시킨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두고 대량 인쇄 뿐 아니라 판촉물, 청첩장, 봉투, 노트 등 다양한 수요의 소규모 인쇄까지 폭넓은 수요를 모두 흡수하고 있습니다.
  • 대표 기업으로 성원애드피아(매출 1,055억 원 중견기업), 애즈랜드, 프린통 등이 있습니다.
  • 최종 소비자만 보면 인쇄 도매사와 종합 인쇄사는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종합 인쇄사가 앞단에서 인쇄 소비자를 구해와서 인쇄 도매사에 맡기는 식으로 상생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 현재 인쇄업의 메인 형태는 이러한 종합 인쇄사인 것 같습니다.

4. 특정 섹터의 버티컬 인쇄사

  • 이런 버티컬 인쇄사들은 기존의 1세대 인쇄업에서 2, 3세대로 발전하며 살아남은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사업의 후발주자는 경쟁 우위가 있어야 할텐데 어떤 섹터를 버티컬하게 침투했는지를 기준으로 다시 분류해보겠습니다.
  • 소량 맞춤 인쇄(POD) 섹터
    • 대표기업 : 마블코퍼레이션, 레드프린팅
    • 이 섹터의 기업들은 전통 인쇄업이 커버하지 못하는 소량 인쇄(극단적으로는 1장 인쇄도 가능)를 강점으로 주문 제작형 인쇄 수요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들이 이 섹터에 있습니다. 이 섹터의 회사들이 인쇄업의 제품군을 굿즈, 휴대폰 케이스 등 힙한 영역까지 확장시켰다는 의미 또한 있습니다.
    • 마블코퍼레이션은 국내 최초 POD 굿즈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있고 크리에이터 시장과 연결하여 롱테일 전략으로 성장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출 규모는 계속 성장하여 2024년 기준 503억 원 정도의 매출을 냈고 2025년에는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당기순이익 7.5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창업한지 20년이 다되어가는 회사인만큼 당시에는 말도 안된다고 했던 시장으로 꾸준하게 자기만의 자리를 만들어낸 모습이 멋집니다.
  • 학술 논문 섹터
    • 대표기업 : 한국학술정보(주) (해당 회사에서 운영하는 인쇄 주문 플랫폼 '북토리')
    • 북토리 라는 서비스는 제가 자서전 서비스를 운영하며 주 인쇄업체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고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책 주문만 맡길 때에는 알지 못했는데, 재무제표를 뜯어보니 재미있습니다.
    • 회사 이름답게 이곳은 학술콘텐츠에 특화해서 논문(흔히 라면 받침대가 된다는 검정색 하드커버 논문집) 인쇄와 출판까지 하고 있는 곳입니다. 전국의 대부분의 대학(원)생은 졸업을 하기 위해 논문을 쓰고 그걸 꼭 인쇄해서 여러 의미로 남기게 됩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수요를 장악한 사업이라니 창업자가 어떻게 이 섹터를 처음에 접근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 이 회사는 3월 결산 법인이라 최신 재무제표는 2024년 4월~2025년 3월 기간의 자료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매출액은 400억 원이지만 영업이익 17억 원, 당기순이익이 1.4억 원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매출액은 인쇄매출 268억 원(67%), 학술컨텐츠매출 91억 원(23%), 출판매출 23억 원(6%)로 구성됩니다. 매출원가를 보니, 인쇄원가 206억 원, 학술컨텐츠원가 6억 원, 출판원가 22억 원으로 원가율만 비교해보면 출판 쪽이 가장 수익이 낮고 인쇄는 보통 수준, 학술컨텐츠 쪽은 6.6% 정도의 원가율로 어마어마한 수익률로 보입니다.
    • 이익률이 높은 학술컨텐츠 쪽 사업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학술논문검색사이트인 KIS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를 보면서 논문이나 리포트와 같은 유료 자료들은 롱테일이 충분히 가능한 수요의 특징(내가 원하는 특정 논문을 가지고 있는 사이트라면 1위든 100위든 상관없이 돈을 지불하고 이용)이 있기 때문에 1위 서비스가 아니어도 좋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가지치기를 하다보니 학회, 학술 쪽의 조용하지만 수익성이 좋은 사업들도 있을 것 같아서 그 분야도 한번 리서치해봐야겠다는 힌트를 얻습니다.)
    • 영업비용 중에서 특이해서 눈에 띈 항목은 인세 30억 원입니다. 출판 매출이 23억 원인데 인세가 그것보다 더 나온다는 것은 출판 쪽 수익성이 크게 좋지는 않다는 걸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는 회사가 큰 기계와 부지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차입금이 커서 영업외비용으로 한 해 이자비용만 18억 원 정도가 드는 게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재무제표를 살펴보니, 앞으로 회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나가는 출판업 쪽은 줄이고, 학술콘텐츠와 연계된 인쇄업은 수익성이 보통이지만 규모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니 이 분야의 수익성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만든다면 회사가 규모 면이나 수익성 면에서 모두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실에서 임직원의 지분 구조, 인센티브 구조, 유형 자산의 상태 등에 따라 취할 수 있는 대응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컨설팅적인 분석은 표면적이라는 생각 또한 함께 듭니다.
  • 독립 출판 섹터
    • 대표기업 : 부크크
    • 한 때 독립출판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책을 출판해보겠다는 꿈이나 버킷리스트가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독립출판으로 검색을 하다보면 당연하게 부크크라는 서비스를 접하게 됩니다. 자가출판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 공개된 재무제표 자료가 없어 매출액이나 수익은 살펴볼 수 없지만, 2020년에 작성된 흥미로운 기사가 보입니다. "공무원, 교원 등의 현직자가 승진, 임용을 목표로 하는 수험 서적, 참고서를 출판하거나 기타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 수험서 등이 적극 유입"되며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 실제로 부크크는 책 출판에 있어서, 저자는 초기에 드는 비용이 없고, 추후에 출판물이 판매되어 수익이 나면 수익을 정산받는 형태라 수요자, 공급자 모두에게 부담이 없는 서비스입니다. 저자에게 정산해주는 비율을 최대 35%까지 높게 잡아주는 것으로 보아 후발주자로 출판업 쪽의 롱테일 시장을 장악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다른 형태의 인쇄업도 살펴본 저의 입장에서는, 부크크는 다른 출판사들이 손대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수요(전문 저자가 아닌 개인 저자들)를 창출하면서 사업의 시작을 잘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쌓아올린 개인 저자들의 책 컨텐츠를 이용하여 위에서 본 학술논물검색사이트처럼 정보 자체를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또 다른 체급의 회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가며

역시 Money Machine 글을 쓰는 묘미는, 글 쓰는 중간에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학술정보 회사를 분석하며 특히 그런 기쁨을 느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개인 집에 둘 수 있는 소형 프린터들이 나오면서 이제 인쇄소들이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전문 인쇄업들은 포장재, 출판, POD, 학술정보 등 각자의 특화 영역에서 더 강해져서 살아남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것들이 많아 항상 겸손하게 생각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금까지 인쇄업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았으니, 이 글의 마무리에서는 인쇄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인쇄업은 거대 장치사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조업 기반이니 이 분야에도 앞으로 디지털 전환, Physical AI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에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AI인쇄소입니다. 기존 기계 장치에 카메라 센서를 달고 인쇄 기계 엔지니어가 하는 일(액추에이터 설정, 보정 등)을 AI가 대신하여 수행해서 24시간 기계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파지를 최소화하는 솔루션을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봐야만 실제 빈틈을 찾아내고 작게라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제가 인쇄소 사장님들을 직접 뵙고나서 다듬은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쓴 후속 글로 독자 분들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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